Buster Keaton


“서부로 가라. 젊은이들이여 서부로 가라.” 〈뉴욕 트리뷴〉의 발행인 ‘호레이스 그릴리’의 유명한 말로 버스터 키튼의 《Go West》는 시작된다. ‘서부로 가라’는 말이 풍기는 뉘앙스. 약탈과 파괴의 서부개척에 대한 흠모? 설마 버스터 키튼의 영화에서? 물론 그렇지는 않다. 키튼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하기로 한다. 이 영화의 각본과 감독은 버스터 키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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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얼마 전부터 키튼 빠돌이로 급격히 변화해간 녀석과 술을 마시다 “만약 키튼 형님의 영화가 배드엔딩이었다면 아마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표시하며 주성치의 영화를 예로 거론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 가운데 키튼과 주성치의 유사성을 공유하는 사람은 메이저 블로거였던 모군과 이 녀석과 나 이렇게 세 사람. 내가 처음 입에 올린 영화는 주성치 팬들에게 가장 천대받는 비극이었던 《홍콩레옹》이었지만 사실 처음으로 떠올린 이미지는 《서유기》의 마지막, ‘석양무사’와 ‘손오공’이었다. 쓸쓸한 해피엔딩, 만약 주성치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창조해내지 못했을 주성치 영화의 가장 쓸쓸한 해피엔딩은 버스터 키튼의 영화들에서 보이는 해피엔딩 이후 ‘그들은 그냥 그렇게 늙어 죽어갔다.’를 담담히 묘사하는 부분과 닿아있다. 직접적으로는 《카메라맨》의 눈물겨운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겠지만. 오히려 《홍콩레옹》이라면 키튼의 《북극》쪽에 닿아있다. 그 악몽 같은 꿈을 지켜보면서 이건 키튼의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인지 《북극》은 키튼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하는 그 처참한 장면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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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의 아크로바틱 액션 연출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을 버스터 키튼의 아크로바틱 스펙터클 <스팀보트 빌 주니어>는 엄청난 스턴트의 폭풍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키튼의 전성기 시절, 그 익살맞으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확인시켜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무성영화이면서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엄청난 대사량을 전달하려는 키튼의 영화에서 그는 온몸을 사용해서 수많은 대사를 전달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 <스팀보트 빌 주니어>에서 아버지의 탈옥 도구를 식빵에 숨겨 들어와 그것을 아버지에게 전해주려는 키튼의 몸짓은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 만큼이나 귀엽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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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선셋대로>에서 소름끼치리만큼 무섭고 서글펐던 장면은 무성영화 스타 노마의 친구로 등장한 무표정의 버스터 키튼이었다. 이 잔인한 영화를 더욱 잔인하게 만들었던 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성영화의 스타들을 등장시키면서 불러온 현실들이었고 잔인한 시스템에 살해당한 유령들의 서글픈 놀이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키튼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럼으로 해서 <선셋대로>의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은 완성된다.

자신이 만든 영화에서 언제나 표정을 지워버린 채로 등장했던 버스터 키튼은 대신 그의 온몸을 던져 이야기한다. 관객은 웃고 놀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제는 전설이 된 육체를 구경한다. 그리고 그 말미쯤에 위치한 <카메라 맨>에서 그는 언제나 그렇듯 몸으로 관객의 심장을 쥐어짠다. 영화의 후반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약국의 약을 몽땅 쓸어 담고 뛰어왔을 때, 다른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사라져 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저앉는 그의 모습에 난 진심으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었다. 영화는 해피 엔딩이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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