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후대의 아크로바틱 액션 연출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을 버스터 키튼의 아크로바틱 스펙터클 <스팀보트 빌 주니어>는 엄청난 스턴트의 폭풍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키튼의 전성기 시절, 그 익살맞으면서도 귀여운 모습을 확인시켜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무성영화이면서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엄청난 대사량을 전달하려는 키튼의 영화에서 그는 온몸을 사용해서 수많은 대사를 전달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 <스팀보트 빌 주니어>에서 아버지의 탈옥 도구를 식빵에 숨겨 들어와 그것을 아버지에게 전해주려는 키튼의 몸짓은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 만큼이나 귀엽게 보입니다.

(more…)

영화 <선셋대로>에서 소름끼치리만큼 무섭고 서글펐던 장면은 무성영화 스타 노마의 친구로 등장한 무표정의 버스터 키튼이었다. 이 잔인한 영화를 더욱 잔인하게 만들었던 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무성영화의 스타들을 등장시키면서 불러온 현실들이었고 잔인한 시스템에 살해당한 유령들의 서글픈 놀이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키튼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럼으로 해서 <선셋대로>의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은 완성된다.

자신이 만든 영화에서 언제나 표정을 지워버린 채로 등장했던 버스터 키튼은 대신 그의 온몸을 던져 이야기한다. 관객은 웃고 놀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제는 전설이 된 육체를 구경한다. 그리고 그 말미쯤에 위치한 <카메라 맨>에서 그는 언제나 그렇듯 몸으로 관객의 심장을 쥐어짠다. 영화의 후반 사랑하는 여인을 살리기 위해 약국의 약을 몽땅 쓸어 담고 뛰어왔을 때, 다른 남자의 어깨에 기대어 사라져 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저앉는 그의 모습에 난 진심으로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었다. 영화는 해피 엔딩이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 반대다.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