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을 알기 위해서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 이외의 역사적 관점들, 흔히 사실이라고 주장되는 것들조차도 대부분은 관점일 뿐이다. ‘스페인 내전’을 알기 위해서 ‘트로츠키’의 주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또 다른 하나의 관점을 보태는 것이고 좀 더 나은 판단의 폭을 늘려주는 것이지 그게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은 결코 ‘비관적인 결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파시스트에 대항했던 전쟁이 실패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고 영화는 그 사실의 한 가지 관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대신 스페인 내전 상황이라는 플래시 백을 둘러싼 지금 여기에서의 혁명이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증오를 터뜨렸던 저 ‘스탈린 주의자들’뿐만이 아니라 맑스주의통일노동자당과 전국노동자연합/스페인무정부주의연합 등을 이끈다고 주장하는 각종 지도자(부)들의 노선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농민, 노동자 등, 진짜 삶의 주체들의 싸움이 여전히 중요한 것임을 영화는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위의 글에서 ‘POUM’의 정치적 굴복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고 있지 않다는 말은 자신의 관점에 급급한 나머지 영화를 깔아봤다는 혐의가 짙다. ‘POUM’의 정치적 굴복에 대해서는 이미 영화의 중반에 지도부의 뜻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이후에도 민병대에 대한 지원을 끊는 식으로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정치 노선에 관해서 설명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굴복했다’라는 식의 지적은 무의미하다.
더군다나 영화의 주요인물들인 ‘민병대’의 구성은 공산주의자부터 아나키스트까지(스카프로 구분된다) 파시즘에 대항하는 대부분이 섞여있고 이들은 결국 그 ‘노선 싸움’에 희생되기 때문이다.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은 결코 그 누구의 투쟁도 찬미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의 중반 땅을 둘러싼 의견 대립처럼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의 삶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의 싸움을 담아낸다. ‘땅과 자유’는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니만큼 60여 년 전에 때어져 나온 땅의 조각을 다시 땅으로 되돌리며 하는 말 “혁명은 계속된다”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2006년 10월
내게 ‘쇠고기’는 질기고 맛없는 고기다. 이것이 내가 쇠고기를 먹지 않는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매우 장황하여 다음의 책을 추천. 쇠고기의 역사는 인류와 생태 파괴의 역사에 항상 그 보폭을 맞춰왔다.
[육식의 종말] - 제레미 리프킨(시공사)
하긴 육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돼지든, 닭이든 술안주 이외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 사실 술안주로도 각종 풀 종류가 더 좋긴 하지만 신선한 풀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가끔 ‘철학자는 세상을 해석하지만 혁명가는 세상을 바꾼다’는 식의 글을 접한다. 말은 그럴듯한데 이건 철학자와 혁명가를 칼로 두부 자르듯 분리되어 있다는 태도에서 나온다. 혹은 철학자는 관념적이라는 편견에서 나온다. 세상을 바꾸려면 그 세상이 뭔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나. ‘좌파’라고 주장하려면 적어도 ‘우파(갑제 시리즈 같은 노예들은 말고)’의 배는 공부해야 하리란 생각이다.
종종 ‘민노당’을 두고 비하적 의미에서 좌파 빨갱이들이라고 하는데, 빨갱이=공산주의자를 지칭하는 남한에서 민노당을 두고 빨갱이 운운하는 건 무지 때문이다. 민노당은 남한 사회의 노동자 일반(농민 등을 포함한)을 대변하는 정당이기 때문에 자본주의를 인정하고 거기서 좀 더, 같이 잘 살아보자는 대안을 바라는 정당이다. 굳이 위치를 정하자면 민노당은 보수정당쯤이 되겠다. 물론 민노당은 구성이 워낙 넓기 때문에 빨갱이부터 우익까지 잡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보통의 태도는 보수적이다.
나는 이 좌에서 우까지 어디쯤 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게 앞으로 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나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 알아야겠단 이유이겠다. 일단 그게 우선이다.
오늘 있었던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이에게 전화를 받았다. 영화는 바로 직전 시사회에서 본 《잔혹한 출근》보다 천 배쯤 재밌다는 것. 《잔혹한 출근》이야 별 관심 없는 영화지만 《후회하지 않아》는 적잖이 기대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동백꽃》에서도 이송희일 감독 편이 가장 재밌었다.
영화의 개봉은 1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