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 복수는 나의 것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영화는 “일본인의 심성 밑바닥을 그리고자 하는” 영화라고 말한다. 뒤틀리고 어두우며, 잔인하면서도 담담한. 혹은 어두운 심연에 가라앉아 부글부글 끓고 있을지도 모를 어떤 욕망에 관한. 그런데 그런 심성 혹은 욕망이 인간이 가진 본래의 성질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마무라 쇼헤이’가 다뤘던 이야기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인’, 전쟁을 지나쳐왔던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전戰前 세대이자 카톨릭 신도인 아버지가 전쟁물자 때문에 배를 징발당하는 순간의 이야기는 매우 복합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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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이 만든 영화에서의 계몽에 관한 태도가 검열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지만 《고려장, 63》과 《이어도, 77》 전체에 드리워진 ‘미신’에 관한 주장을 보다 보면 감독이 하고 싶은 말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충돌한다는 느낌을 버리기가 어렵다. 게다가 《하녀》 연작에서 하고자 했던 말도 결국 근대성을 버리자는 얘기가 아니었던가. 물론 김기영 감독의 영화는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미성년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보다는 이제 근대는 끝장이 났으니 현대로 들어가자는 막연한 주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서 보이는 주장은 딱히 주장이라기보다는 ‘사족’으로 보이는 게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유야말로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 많은 사람의 시선이 고정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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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 12월을 지나며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지친다는 생각도 들고 책도 예정했던 만큼 못 읽고 공부는 시작도 못 했기에 조금 상심해있었는데, 방금 기사 하나를 보다가 내가 얼마나 일했을까 싶어 확인을 해보니, 기록을 남기지 않은 시간을 빼고, 집에서 일한 시간도 빼고, 11월 300시간, 12월에는 300시간을 넘겨 일했다. 쉬는 날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한 셈이라 어쩌면 약간은 지칠 만도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긴 여기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우진산업처럼 끔찍한 환경도 있고 내가 일하는 이곳에도 매달 400여 시간 가까이 일하는 이들도 있다. 돌이켜보면 내 어머니는 이십 년을 넘게 매달 300시간 가까이 일하지 않았었나. 하긴 이런 환경을 미담으로 포장하기도 하고 또 무슨 술자리 영웅담마냥 으쓱거리기도 한다. 누가 누가 더 고생했나라는 것으로 자신을 미화하고 포장하는 것은 군인 특유의 유치한 술자리 행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행태를 ‘군바리 문화’라고 하지만 병영국가 대한민국에서는 이것이 상식이고 문화다. 일하면 돈을 주겠다 와 돈을 주면 일하겠다는 같지 않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법정노동시간을 넘어서 일하는 것(군 용어로 ‘뺑이친다’)이 자기과시의 한 면이고, 이를 빌미로 술 처먹고 행패 부리기가 그 반대 면이다. 언제나 중심은 ‘돈’이고 그 주위로 그것을 가진자들이 있으며 ‘나’는 내 머릿속에만 존재한다. 한 달 300시간을 일해야 노동자 평균임금에 도달하는 나는 어쨌건 일을 해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잔인한 환경에서 내 몸을 갉아 번 돈으로 책을 사고 공부를 한다. 이러한 자기만족이 적어도 당신들이 만들고 합의한 세상을 넙죽 받아먹는 것보다 지구평화에 더 이바지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내 목소리와 내 머리는 땅에 파묻히는 순간 썩는다. 술자리 영웅담 식의 큰 목소리를 따르느니 차라리 오공본드를 마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