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요즘 들어서 꼭 읽어야지 하는 데 읽지 못하는 것이 뉴스 기사들이다. 영화 《올드보이》에서는 드러내지 않지만 원작 『올드보이』에서 10년간 격리된 주인공을 유일하게 사회와 연결해 주는 도구가 TV 뉴스다. 물론 이건 간단히 세상이 이렇게 돌아갑니다 하는 따위의 소식과는 다르다. 주인공은 뉴스의 의도를 역으로 추적하면서 파편화된 세계를 다시 조직한다. 물론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조각내진 세계의 소식들을 새롭게 짜맞추는 건 마치 도면 없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것과도 같아서 그 결과물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세계를 바라보는 틀을 먼저 정립할 필요가 있다. (more…)

“누가 누구의 귀감이 된다는 말씀이신지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보고 배워야할 획일화된 귀감이란 건 이 세상에 없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렇지는 않다. 무예건, 공부건 어떤 경지에 이른 이들은 그저 고요할 따름이다. 물결 하나 없는 조용하고 잠잠한 수면과도 같다.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 중 97%는 쓰레기이고 3%만이 훌륭한 것이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 3%를 잘 보호해야 한다.”1 피터 그리너웨이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했던 이 말을 우리는 2004년 1월 8일 〈정은임의 영화음악〉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들었던 적이 있다.2 정성일은 한국영화를 정리하면서 마지막에 덧붙이기를 “영화를 너무 많이 보지 마십시오. 영화는 대부분 쓰레기입니다. 좋은 영화는 정말 적습니다.”라고 말한다—녹음되어 웹에 올려진 이 발언들은 그 내용에서도, 그 형식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more…)


  1. 부산을 찾은 화제의 거장들 [back]
  2. 04.01.28-정성일-한국 영화 [back]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격변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새로 짓고 자그마한 희망을 새로 품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가든지 기어 넘어가든지 한다.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시작하는 첫 문단이다. 임권택이 정성일과의 인터뷰에서 자주 쓰던 한 마디인 “도리 없이”, 혹은 글줄깨나 읽은 이라면 ‘구조적으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라는 개인으로서는 이를 ‘허망’이라 표현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허망함을 다룬 영화를 꼽는다면 제2차 세계대전을 목전에 둔 채 그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그려낸 《안개 낀 부두》와 전쟁이 끝난 세계의 황금기에 만들어진 더없이 어두운 영화 《그림자 군단》을 꼽을 수 있으며, 한 편의 영화를 추가하자면 《4인용 식탁》이 들어갈 것이다.